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국은 탄소중립(Net Zero)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도시는 도시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 친환경 교통, 에너지 효율적인 건축,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도시 모델입니다. 이러한 도시는 단순히 에너지 문제 해결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의 질 향상과 경제적 전환을 동시에 목표로 합니다. 본 글에서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탄소중립 도시 구축 사례를 살펴보고, 그 핵심 전략과 시사점을 정리하여 향후 국내 도시 모델 구축에 필요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코펜하겐: 자전거 도시에서 탄소중립 수도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수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고 있는 대표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이미 전체 통근의 약 40% 이상을 자전거로 해결하고 있으며, 자전거 전용도로만 390km 이상 확보되어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전기버스 및 전기택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건축물 또한 에너지 효율 인증을 받은 친환경 건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코펜하겐은 지역 열병합 시스템과 풍력, 바이오매스 기반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은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활용한 탄소 배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도시 전체의 배출량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시민 참여가 정책의 핵심으로, ‘그린 루프’ 사업, ‘녹색 옥상’ 보조금 지원, 폐기물 분리배출 교육 등을 통해 도시 전반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사례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도시의 이동 수단, 생활 방식, 산업 구조 전반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총체적 전략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서울: 디지털 기반 스마트 탄소중립 도시 도전
서울시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도시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 그린 도시’라는 개념 아래 디지털 기술과 녹색 인프라를 융합한 전략을 전개 중입니다. 우선 건물 부문에서는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민간건축물에는 친환경 인증 확대 및 에너지 리모델링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통 부문에서는 전기버스·전기택시 보급 확대, 공공자전거 ‘따릉이’ 활성화, 무공해차량 전환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하며, 차량 2부제, 교통 혼잡 요금제 등도 시험 운영 중입니다. 서울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태양광 발전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붕형·건물형 태양광 설치 확대와 함께, 에너지 자립 마을 사업도 활발히 운영 중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에코마일리지’ 제도, 탄소 포인트 제도, 빅데이터 기반 배출량 예측 시스템 등은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형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통해 교통, 에너지, 폐기물, 수자원 데이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탄소 감축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제로에너지 빌딩 시범지구’, ‘도시숲 확대’, ‘그린모빌리티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이 연계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단기간 내에 거대한 대도시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지만, 디지털 기반의 정교한 정책 설계와 시민 참여 유도를 통해 꾸준한 탄소중립 도시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선전: 산업 도시의 에너지 구조 대전환
중국 선전시는 과거 전자 제조 중심의 산업 도시에서 세계적인 저탄소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사례입니다. 선전은 이미 공공버스 100% 전기차 전환을 완료했으며, 택시 역시 대부분이 전기차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도시 내 전력 공급은 수력, 태양광, 원자력 등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근에는 분산형 태양광 발전소와 스마트 배전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선전시는 대규모 산업 단지 내에 탄소배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제조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기술을 산업 현장에 실증 중입니다. 이 외에도 ‘스펀지 시티(Sponge City)’ 개념을 통해 도시 내 녹지 면적과 투수 면적을 확보하고, 빗물 저장 및 도시 냉각 기능을 높여 기후 적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선전은 기술 기반 대규모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총량 감축’이 아닌 ‘에너지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탄소 감축을 추진하며, 산업도시가 탄소중립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는 실증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밀집도와 산업 밀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도시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전략으로, 특히 민관 협력과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 로드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선전의 사례는 탄소중립이 단순히 환경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 경제와 산업 혁신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개념임을 보여줍니다.
탄소중립 도시 구축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도시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 전략입니다. 코펜하겐, 서울, 선전의 사례는 각각의 지역적 조건에 맞춘 맞춤형 전략을 통해 효과적인 탄소 감축을 실현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 시민 참여, 정책 연계, 산업 구조 개편이라는 네 가지 축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향후 탄소중립 도시 모델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도시 간 협력과 국제 표준화, ESG 기반의 자본 유입 등을 통해 실현 가능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바로 지금, 우리가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